슈퍼마켓 논란, 그래도 역시 결론은 납품이다. 연구기록




<1> 양자는 시장을 어떻게 보는가?
산업과 전략에 대한 저의 이해가 정확하다면 SSM은 "장보기 시장"을 표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근린상권은 반면에 "만약의 구매 시장"을 표적으로 하고 있고요. 이 둘은 아주 오래전부터 서로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아직 할인점이 들어서기 전의 모습입니다.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은 시장을 볼 때에는 그야말로 시장을 갔습니다. 제사나 명절 같이 이런저런 물품들을 많이 사와야 할 일이 있을 때에는 재래시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사 왔습니다. 그리고 평상시 조금씩 사 갈 때에는 슈퍼마켓을 이용했습니다. 갑자기 점심을 국수로 해야 할 때에나 라면을 끓여야 할 때, 혹은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애들 좋아하는 과일 조금 사서 갈 때가 그럴 때였지요.

그리고 한국에 할인점이라는 업태가 들어옵니다. 이 새로운 유통업태는 재래시장의 영역을 잠식하고 대체해 나갑니다. 사람들은 시장을 볼 때 재래시장 대신 할인점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모은 집객력으로 백화점까지 위협하기는 하였지만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같은 포지션을 공유하는 재래시장이었습니다. 반면에 근린상권은 이 때까지만 해도 버틸만 하였고요.¹

그러다가 SSM이 생겨납니다. 농협마트라는 이름으로 할인점 성업 이전에 이미 국내에 존재하고 있었던 이 업태는 할인점에 대항해서 이겨보자는 KOSA마트도 택하였고, 개인의 대형슈퍼마켓 중에서도 이 업태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이 업태에 뛰어들었던 것은 제법 오래전의 일이었고, 요즈음에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 경향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지요.

마포구와 종로구 지역의 SSM 몇 군데를 돌아보면서, 그리고 SSM에 대한 대형 유통업체들의 접근법을 생각해 보면서 SSM은 대체로 "장보기 시장"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할인점보다 작은 상권을 할인점과 유사한 기능으로 포섭하자는 것이 그 접근법입니다. 요컨대 SSM은 할인점과 경쟁을 할 목적으로 세워지는 바, 근린슈퍼마켓과는 겨냥하고 있는 시장 자체가 다르다는 것입니다.²


1. 그렇다고 어렵지 않았다는건 아닙니다. 맞벌이 가족이 증가하면서 한 가족이 가사부문에 쏟을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줄어들었고, 그 결과 사람들은 생필품을 대량으로 구매해서 집 안에 쌓아놓게 되었으니까요. 주말에 할인점으로 차를 몰고 장을 보러 가는 새로운 생활행태가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동네 슈퍼나 청과물상이나 정육점에서 뭔가를 사서 가는 횟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2. 실제로 SSM은 상품구색에서 그 폭이 굉장히 넓고 일 회 구매에서 고객들이 구매하는 상품의 양도 꽤 많습니다. 그 안에 정육점 등 할인점에서도 shop-in-shop형태로 운영되는 일부 상품들이 빠지기는 했어도 거의 할인점에 필적하는 구색을 갖추고 있고요.





<2> 공존의 가능성 - 전략적 분업화
양자의 표적시장이 다르다면 전략적 포지셔닝을 달리 함으로써 공존이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그 둘이 서로 협력을 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통해 서로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시너지가 블루오션 전략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SSM의 표적시장은 "장보기 시장"입니다. 그리고 근린슈퍼의 표적시장은 "만약의 구매 시장"이고요. 따라서 니치전략이라는 공통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자가 택해야 할 전략적 포지션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SSM은 철저하게 원가우위 전략을 따릅니다. 마케팅적 운영방식에 있어서도 SSM의 전략은 운영의 효율성에 다른 두 가지보다 더 집중을 합니다.

비록 SSM의 가격경쟁력이 근린슈퍼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지만 근린슈퍼가 택해야 할 전략적 포지션은 원가우위 전략이라기 보다는 차별화에 가깝습니다. 근린슈퍼는 가까운 곳의 주민들이 빈번하게, 때로는 우발적으로 구매하는 상품들이 무엇인가를 잘 파악해서 철저하게 맞춤화 한 상품구색을 제공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하나의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추가적인 구매를 유발할 필요도 있겠지요. 마케팅적으로도 전략적 방향성은 제품주도성과 고객친밀성에 무게가 쏠리게 됩니다.

이렇게 대형 유통업체의 SSM과 근린슈퍼는 바로 인접한 경우가 아니라면 전략적 분업을 통해 공존할 가능성을 가집니다. 그리고 근린슈퍼들이 대형 유통업체들로부터 SSM과 동일한 조건으로 상품을 납품받는다면 공존을 넘어 상생으로 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절대적 원가우위를 갖는 SSM이 전략적 분업의 경계를 넘어서 근린슈퍼의 영역을 침탈할 동기를 잃됩니다.¹ 그리고 이미 SSM이 상권을 선점하고 있으며, 납품 자체가 원가로 이루어지는 만큼 경쟁기업의 상권침탈을 원천봉쇄할 수도 있습니다.

이로써 대형 유통업체와 근린슈퍼 사이에는 시너지가 발생합니다. 대형 유통업체는 "장보기 시장"과 "만약의 구매"시장을 모두 커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늘어난 구매력을 바탕으로 공급자들에게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근린슈퍼는 상품의 구색 면에서 가능성이 크게 확대됩니다. 또한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 마진설정에 상당한 재량범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1.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계열 SSM점포에 대한 납품조건과 근린슈퍼에 대한 납품조건이 동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몇 가지 치명적인 약점들이 발생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3> 예상되는 어려움과 그 극복 방안.
원가납품은 유통사에 마진을 남겨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원가경쟁력을 제공하였다 하더라도 차별화 전략을 위한 노력을 근린슈퍼들이 기울일 수 있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 양자간의 공통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은 상호간의 제휴입니다.


유통업에서 마진은 오직 매장에서만 발생합니다. 가치사슬의 앞 단계에서 줄이고 줄인 원가는 매장에서의 가격설정에 약간의 재량범위를 넓혀줄 뿐입니다. 이익은 오로지 상품이 팔리는 매장, 그 중에서도 카운터에서만 매출과 함께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근린슈퍼에 상품을 원가로 납품한다는 것은 짜내는 원가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형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결코 좋은 안이 될 수 없습니다.

근린슈퍼 입장에서도 풀리지 않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가격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가격 이외의 경쟁영역에서 경쟁력을 갖출 방도가 없습니다. 점포 상권에 대한 맞춤 상품구색을 갖춘다거나 하는 노력이 전략적 분업에 필수적이지만 개별 업주들이 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이 상황에서는 결국 다시 가격경쟁으로 방향을 돌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는 공통된 해결책은 편의점 업태에서 빌려올 수 있습니다. 편의점은 가맹점 체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맹점포들은 본사로부터 상품구색이나 진열 등에 대한 지도와 금융적 지원을 받는 댓가로 프랜차이즈 비용을 지불하고 독점적인 납품구조를 받아들입니다. 바로 이 모델을 차용하는 것이죠. 바로 유통업체는 근린슈퍼들에 차별화 우위를 달성할 수 있는 경영지원(POP 장비 및 분석서비스, 신용카드 서비스 및 포인트 서비스의 대행 등)을 제공하고, 근린슈퍼는 유통업체에 소정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다면 양측이 공동 투자자산을 가지게 됨으로써 채널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음은 물론, 유통업체는 납품가격이 원가로 제공되더라도 이에 대한 이윤을 서비스 수수료로 보전하게 되고, 근린슈퍼는 독자적으로는 불가능한 사업인 차별화 우위를 위한 투자자산 확보가 가능해집니다. 이로써 양자간의 상생에 걸쳐진 어려움이 사라집니다.




<4> 기존의 납품모델과는 무엇이 달라졌나?

기존의 납품모델은 SSM이 진출하지 않는 대신 근린슈퍼들에 상품을 납품하는 방안이었습니다. 이 경우 제기되는 치명적인 문제점은 납품슈퍼를 확보하기 위한 유통업체들간의 치킨게임이 발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해당 상권에 명확한 영주(領主)가 존재하지 않는다는데서 비롯합니다.

반면 새로운 납품 모델은 SSM이 출점을 하면서 동시에 근린슈퍼에 상품을 납품한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이로써 대형 유통업체는 하나의 상권을 장악하고 근린슈퍼와의 상생모델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SSM과 근린슈퍼가 서로 다른 시장에 포지셔닝 되어 있음에 착안하여 이전 모델의 치명적 약점을 보완한 것입니다.

이 상생모델의 핵심은 양자가 전략적인 분업과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상호간의 포지셔닝을 강화하는데 있습니다. SSM과 동일한 조건으로 납품을 함으로써 근린슈퍼와 유통업체간의 신뢰를 확보하고, 이 신뢰를 바탕으로 유통업체가 점포의 운영과 유통관련 서비스를 근린슈퍼에 제공함으로써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합니다. 그리고 근린슈퍼들은 이러한 전략을 수용함으로써 차별화 우위라는 전략적 포지셔닝을 강화할 수 있게 됩니다.




<5> 한계점 및 반성

수리적 결정모형이나 현장에서의 실증이 없는 상태로 개념적으로 접근하였기 때문에 이 모델이 적용되었을 때 기대한 효과가 발생하는지,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 등에 대한 확인이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 이슈에 관심이 있는 분들과 유통 현업에 계시는 분들께서 제게 가르침을 주셔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시기적으로 너무 늦게 결론이 도출되어 선언적 의미로서는 효용성이 있겠으나 실제 적용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더욱이 유통업계의 SSM 출점 강행으로 근린상인들의 감정이 악화될대로 악화된 상황에서 이 모델이 제안되었을 때 과연 얼마나 받아들여질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이게 됩니다.

아무튼 글 한 편을 마쳤으니 저는 이만 자야겠습니다. 아침에 사촌 결혼식장에 가야 합니다. 대구까지 가야 한다는게 맘에 팍팍 걸리네요. 토요일에는 스윙 강습이 있는데..... 어려운 거 한다고 했는데.... 결혼식 끝나고 친척들이랑 남해로 휴가간다는데 전혀 가고싶지가 않네요. orz... 다녀와서는 예정된 마케팅 관련 글을 쓰겠습니다.



덧.
블로그에 각주를 다는 태그좀 알려주세요.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려니 어렵네요. ㅜㅜ

덧.
자! 여기에 TCE를 적용시켜 보자! (200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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