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의 중요성과 철인정치의 허구성에 대한 소고 사회참여



"위대한 수령"이 있는 나라는 다 망가지더라는 단순한 진리에 대한 고찰

모든 사회과학이 그러하듯이 경영학도 시대적 상황과 요구에 의해 변모하여 왔다. 예컨대 프레드릭 테일러의 경영학과 앙리 페이욜의 경영학이 다른 것은 각각의 시대에서의 기업현실이 서로 달랐던데 기인하는 바가 크다. 전략경영이라는 학제가 생겨난 배경에도 경영환경이 내부적으로 업무가 복잡해지고, 외부적으로는 경쟁이 발생하였다는 당대의 현실이 있었다.

경영전략이라는 학제는 초기에는 경영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워 졌다. 정책(policy)라는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당시의 경영전략이라는 것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는 과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학제로서의 전략경영이 성립하는 시점에서 주류를 이룬 학자들은 조직학 출신이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일반관리자들이 자신의 업무를 수행 하기에 좋은 조직의 구조와 업무의 절차를 개발하고 정리하는데 주력을 하였는데, 이는 기업조직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시스템의 개발에 다름이 아니었다.

이러한 사조는 기업이 더 이상 구멍가게나 개인기업이 아니게 되고, 내부에서 조정해야 할 사안들이 많아지며,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대되는 현실에서 기인하였다. 기업이라는 조직은 더 이상 한 사람의 전략가의 직관과 사고로 운영될 수 없게 되었고, 따라서 의사결정의 오류를 최소화하고 내부의 혼선을 줄여나가기 위한 절차에 대한 연구에 대한 요구가 필연적으로 도출된 결과였다.

이후 전략경영의 영역에 경제학의 영향이 들어오면서 조직 내부의 효과성이나 효율성보다 경제적 실체로서의 기업의 성과에 더욱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사조가 불어오기 전까지 전략경영이란 제대로 작동하는 기업조직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경영학의 한 영역으로 존재하여 왔다.

참고논문
  • H. Minzberg, J. Lampel, "Reflecting on the strategy process", Sloan Management Review, 40(3), Spring, 21-30, 1999.


비록 플라톤은 철인정치(哲人政治)를 주창하였지만, 실제 역사에서 한 사람의 철인에 의해 국가가 태평성대를 구가한 기록은 그리 많지가 않다. 그보다는 대체로 국태민안은 국가의 운영시스템이 굳건하게 존재하는 가운데서 이루어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에 자칭 철인들이 국가시스템을 우회 또는 초월하여 정사를 좌지우지하는 시대에는 민생이 도탄지경에 빠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가 파망에 이르기까지도 하였다.

조선시대를 돌아보면 왕권과 신권간의 각축이 벌어지는 가운데 법령과 관료제를 정비하고 이에 따라서 정사를 운영한 세종과 성종은 청사에 빛나는 성군으로 남았으되, 전제왕권으로 기존의 체제를 초월 내지는 우회하려던 연산군은 만고의 폭군으로 기록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세계사를 보면 중국은 마오쩌둥이 국가시스템을 총체적으로 뒤흔들어 붕괴시키는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기나긴 현대사를 3류국가로 지내야 하였고, 북한 또한 시스템 위에 서 있는 소위 "위대한 수령"이 전횡하면서 전 국민이 헐벗고 굶주리는 "폭정의 전초기지"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예는 이 외에도 동서고금의 기록 속에서 무수히 찾아낼 수 있다.

정부건 기업이건 그 규모가 커지고 행정이 복잡해 지면 한두사람의 천재적인 두뇌만으로는 운영과 통제가 불가능해지기 마련이다. 인간의 인지능력에는 크건 작건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그 한계를 벗어나는 정보들이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참고되지 않을 때 조직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혼란은 해당 조직에 이해를 걸고 있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때로는 조직 자체를 붕괴시키기도 한다. 인류가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 조직을 구성하고, 그 조직 내부의 절차를 개발해 온 것은 바로 그러한 까닭이었다.

2007년 12월 19일, 대한민국은 열 일곱번 째 대통령을 선출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는 자신의 직위 인수기간을 국가시스템을 우회 내지는 초월하는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행정절차와 기업간의 이해관계에 얽혀있던 목포 대불공단의 어느 전신주를 개인권력으로 철거토록 한 것이 그것이다. 이 사건을 전후로 이 문제의 대통령 당선자는 무수한 시스템 파괴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취임도 하기 전에 대통령 별장에서 생활을 한다거나 하는 행동들은, 당시에는 "당선자"라는 명칭에서 놈 자(者)자가 기분나쁘다고 "자"를 "인"으로 바꾸도록 언론을 단속하는 식의 유치한 짓거리들과 동등하게 취급되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 반이 지난 현재에서 생각해 보건대 그 때의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이 된 이후 보여온 시스템 파괴적이고 절차 초월적인 권력의 행사는 이미 그 때부터 예견되어 있었던 듯 하다. 문화예술위원회가 한 지붕 두 위원장이라는 얼척없는 체제로 인해 운영에 파행을 빚고, 어느 국책연구기관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기관장은 공석에 예산배정을 해 주지 않아 조직 자체가 와해되고 있는 개탄스러운 현 상황황은 결국 18개월 전의 그 날부터 차곡차곡 쌓여 온 그 날의 그 대통령 당선자의 지향성과 성향의 작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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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배우는 까닭은 과거로부터 현재의 방향을 찾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 말은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오늘을 기록하고, 어제의 기록을 다시 읽는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서 총체적인 시스템의 붕괴가 목도되는 시점에서 나는 역사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겠는가를 자문해 보게 하는 오늘이다.


덧글

  • erte 2010/03/17 10:12 # 삭제

    아하! 그래서 그렇게 국사를 빼려고...
  • 명랑이 2010/03/17 20:31 #

    그렇게까지 용의주도한 집단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 엠제 2011/03/23 02:15 #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경영학과 대학원생으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네요.

    저도 요즘에 제가 공부하고 있는 경영학, 경영에 관한 학문, 경영론, 연구 등의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해 얼마 전 접었던 이글루를 다시 열었는데요. 좋은 글, 내가 읽기 좋은 글, 남이 읽기 좋은 글, 이 모두에 해당하는 글을 쓰기가 참 힘들다는 걸 느끼네요. 그런 점에서 모처럼만에 좋은 글 읽었습니다.

    그리고 링크를 하려고 했더니 구독을 원하지 않는 블로그라고 나오는군요.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종종 좋은 포스팅 계속 기대해도 되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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