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콩알님을 위한 해설서
BSC(Balanced Score Card)라던가 하는 성과관리 시스템은 상당히 제도화가 되어서 이제는 유행이 좀 지난게 되었지만 이론상 상당히 좋은 선진적 관리제도입니다. 하지만 그게 정해진 답이 있어서 어디에서나 똑같은 형태로 구현이 가능하다면 수 많은 BSC 컨설턴트들이 밥 벌어먹고 사는데 상당한 지장이 있겠지요.
그 중에서 대표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이 성과관리 지표입니다. "무엇을 성과로 규정하고 그것을 어떻게 측정을 할 것인가?"하는 문제는 조직에 따라, 그리고 성과관리체계를 만드는 사람에 따라, 또는 그걸 만드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짜여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게 잘못 짜여지면 문제를 크게 일으키기도 하지요.
이번에 경찰에서 물의를 일으킨 성과관리체계가 그렇습니다. "무엇을 성과로 규정하겠느냐?"는 물음에 대해서 조현오 경찰청장은 "범죄자 검거의 절대수량."을 답으로 내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측정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점수제로 변환하여 할당량을 주어 이를 얼마나 달성하였는가로 측정하겠다."를 답으로 내 놓았지요. 저는 바로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였다고 본 것입니다.
그럼 뭐가 문제인지 차근차근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성과를 범죄자 검거의 절대수량으로 정의함으로써 발생한 문제를 보도록 하죠. 범죄자 검거의 수량은 다음과 같은 수식으로 표현이 가능합니다.
수식 1.
- 범죄자 검거량 = 범죄 발생량 X 범죄자 검거율
이 수식에서 도출할 수 있는 인과관계는 성과지표로 선택된 검거량이라는 종속변수가 범죄 발생량이라는 종속변수와 범죄 검거율이라는 조절변수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를 도식화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모델 1.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모델에서 독립변수로 존재하는 "범죄 발생량"은 경찰이 통제를 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라는 겁니다. 설령 통제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성과측정변수인 "범죄 검거량"을 높이기 위해서 "범죄 발생량"을 높인다는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지요. 성과측정변수가 통제가 불가능한 변수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이 성과측정 모델은 비현실적이라고밖에 말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 점을 지적하였던 겁니다. 오히려 이보다는 "범죄 발생량"에 종속되지 않으면서 "범죄 검거량"에 조절효과를 미치는 "범죄 검거율"을 성과측정변수로 삼는 것이 적합하였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점수제로 할당하여 할당량을 얼마나 달성하였는가를 척도로 삼는 측정기법의 문제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성과라는 개념의 조작적 정의 자체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척도의 개발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일이긴 합니다만, 이 또한 그 자체로서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앞서 보신것과 같이 조현오 경찰청장이 새로이 규정한 성과측정변수인 범죄 검거량은 통제가 불가능한 변수인 범죄 발생량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통제가 불가능한 변수에 영향을 받는 성과측정 변수를 다시 하향식(top down)방식으로 일방할당된 목표량을 얼마나 달성하였는가를 척도로 삼았습니다.
이 체제 하에서는 개별 경찰관 또는 단위 경찰조직들이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서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범죄 발생량이 불확실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설령 범죄 검거율 100%를 달성한다 하더라도 발생량이 할당량에 못미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관이나 경찰조직은 수사를 조작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예컨대 용의자를 고문해서 어쩌면 저지르지 않았을 범죄를 허위자백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관련기사[1]를 보면 목표에 미달한 경찰관들에 대해서는 처벌이 이루어졌더군요. 이러한 보상방식은 경찰관들로 하여금 수사를 조작하고자 하는 유혹에 더욱 취약하게 만듭니다.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이 지적을 한 부분도 바로 이 점이었습니다.
참고로 이 성과관리체계는 춤추는콩알님이 지목하신 BSC라기보다는 MBO(Management By Object)에 더 가까운 형태로 보입니다. 다만 "정상적이고 이론적인 MBO"가 아니라는 문제가 있군요. 본래 MBO는 상향식(bottom-up)으로 목표를 설정하게 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은 이걸 하향식 일방할당으로 변환하였습니다.
BSC와 MBO 모두 좋은 성과관리기법이지만, 그 또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효과가 갈린다고 하겠습니다. 이 건에서는 MBO가 잘못 설계되었고, 그에 앞서 성과를 정의하고 변수화하는데서도 치명적인 실패를 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치명적인 실패와 잘못된 설계는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이 부임하면서 그의 의지에 따라 적용된 것인 바, 그 책임이 조현오 청장 자신에게 돌아가는 것이 마땅합니다.
앞선 글[2]에서도 언급을 하였듯이 저는 이 문제가 "성과주의"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건 피상적인 차원의 분석에 불과합니다. 그보다는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이 성과평가체계를 잘못 만지면서 경찰조직 전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제도설계상의 문제라고 보는게 맞습니다.
트랙백 주신 글[3]에 댓글로 쓰려다가 내용이 길어져서 트랙백으로 갈음합니다. 글 이해에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겠습니다.
관련기사
- [1] 살인 50점·절도 20점…검거실적 압박이 가혹수사 불러 @ 한겨레신문
관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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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성과주의는 버려야 하겠습니다. by 춤추는콩알
덧.
BSC랑 MBO가 뭔지 모르실 수도 있겠네요. 제가 경영학만 쭉 해 와서 이런 jargon에 익숙합니다만, 사회경험이 없고 경영쪽에 관심이 없으시면 잘 모르시는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건 조금 검색만 해 봐도 개념을 알 수 있으니 따로 설명을 하지는 않겠습니다.
덧.
이 글로도 이해를 시키는데 실패를 하였기로[A], 더 이상의 논의를 진행하지 않겠습니다. 이보다 더 쉽게 설명을 할 자신이 없군요.
관련글
- [A] 으이구 내가 이런 애들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능 by 춤추는콩알






덧글
그나저나 쇤네도 성과주의반대파인뎁쇼..괘니 물고문에 사람 더 죽일 일이 있겟음까?
덧..답글 삭제하고 달아나셔서..그냥 모가지 밟아주려 왔음더이.
http://rhso.egloos.com/650645
경역학 쩝니다 ㅋㅋ
-> Management By Objective 요
Balanced Score Card
-> Balanced Scorecard
원래 복수인데 단수도 상관없어요,,,
기사 내용만 보면 저 성과주의 제도와 MBO를 엮을 여지는 전혀 없어요,,,
드러커가 주창한 MBO의 핵심은 참여이거든요...
상향식이 아니라 하향식이면 MBO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죠,,,
목표의 계량화와 모니터링은 부차적인 문제이고요,,,
공부 열심히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