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강령에 대한 "근대적" 해석 공개전언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소설 레 미제라블 중 바리케이트 장면에 나오는 앙졸라의 연설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앙졸라는 바리케이트에 모인 군중들 앞에서 자유, 평등, 박애(ABC)의 의미를 말합니다. 먼저 자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장 자크 루소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불가침적인 천부인권의 핵심임을 열변하고, 거기서부터 평등과 박애가 어떻게 도출되는지를 논하지요.

그 연설의 내용이 수시렁이님께서 제기하신 문제[1]에 대해 어느 정도 답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읽은지 지독하게 오래된데다 지금 책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인용이라기보다는 창작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만..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유롭다면 여러 사람의 자유는 서로 충돌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는 제약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자유가 제약되는 정도가 사람에 따라 다르다면 결국 모든 사람은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따라서 자유의 제약은 공평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평등입니다."


사람이 서로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자유를 무한정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수시렁이님께서 예로 드신 것 처럼 다른 사람을 해칠 자유까지 보장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런걸 보장하면 결국은 쎈 놈이 모두를 지배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지배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의 자유는 사라지게 되니까요.

그래서 개인의 자유는 일정 수준에서 제약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제약이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가해지지 않는다면, 제약을 덜 받는 개인이 많이 받는 개인을 지배하게 되겠죠. 이러면 다시 모든 사람의 자유가 사라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즉, 자유에 대한 제약은 공평해야 한다는 겁니다.

"개인의 자유에 제약을 가하는 것은 단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그 수준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되어야 하며, 합의는 상대방의 자유에 대한 존중 위에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자유에 대한 존중이 바로 박애입니다. 여러분, 개인은 다른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입니다!"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개인의 자유를 제약할 때 그 범위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예컨대 담배를 피울 권리는 다른 사람의 담배연기를 맡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보장되고, 이성애를 추구할 권리는 동성애를 추구할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보장된다는 거죠.

이렇게 보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강령은 "남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는 근대적인 강령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무슨 하늘에서 내려온 명령이라기보다는 박애정신을 기반에 놓은 사회적 명령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이렇게 생각하면 수시렁이 님께서 지목하신 "도덕적 선악" 개념을 "사회계약의 준수 여부"로 치환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댓글로 간단하게 쓰려고 했는데 덧글허용을 안 해놓으셔서 트랙백으로 긴 글을 보냅니다. 가볍게 읽고 참고만 하세요.


참고



덧글

  • 수시렁이 2013/01/29 10:25 #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별로 흥미진진하진 않네요 ㅠㅠ 그래도 고맙습니다.
  • 零丁洋 2013/01/29 11:17 #

    천부인권으로 자유는 왜 평등으로 제약되어야 하는가요? 평등을 위해 자유가 제한 받아야 된다면 제한하는 주체는 누구인가요? 이러한 모든 것인 개인의 자발성에서 기인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여전히 미성숙한 인간이고 민주주의를 향유할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닐까요?

    자유를 부정하면 민주주의는 기초부터 붕괴하는 것이고 평등을 무시하면 민주적 제도나 질서는 불가능하죠.

    결국 자유는 어떻게 스스로 평등에 도달하느냐가 관건인데 이를 위해서는 이성과 합리성과 박애와 절제 등 귀족적 덕성이 필요해 보입니다.

  • 수시렁이 2013/01/30 12:16 #

    귀족적 덕성을 저 저자의 짐승들에게 '요구'해야 하나 말아야 하는 갈등이 생기겠네요. 세습되지 않는 신분제는 어떨까요? 문득 든 생각일 뿐이지만.. 특정 수준의 인식을 기준삼아 귀족과 평민을 가르고, 시험에 통과하면 귀족이 되게 한다든가... 그러면 평민들은 귀족이 되고싶은 욕망에 따라 열심히 따라잡으려 하게되지 않을까요? 음... 이 아이디어도 한번 검토해봐야겠네요. 일단 눈좀 붙이고..
  • 零丁洋 2013/01/30 14:02 #

    수시렁이// 짐승(일반인)이 귀족(시민)에 이르는 길은 현실적인 체험의 과정이 없이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부여된 하향식 민주주의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파시즘을 보면 알 것 같습니다.(우리도 신나게 체험했죠.) 이런 이유로 서양에서도 정상적인 민주화는 서구 몇몇 국가 뿐이고 그 이외 지역에서는 우리 나라가 처음으로 자발적인 민주화에 도달했다고 하더군요. 정말 대단한 국민입니다.^^ 물론 이런 자랑스러운 업적을 폄하하고 과거로 회기하고 싶어 안달인 무리가 즐비하지만 그래도 대세는 막지 못할 것입니다.
  • 백범 2013/01/31 20:00 #

    맨위의 댓글은 정답. 어라? 영정양이 가끔 바른말을 할 때도 있네?
  • 백범 2013/02/02 11:21 #

  • Blueman 2013/01/29 20:23 #

    나름 진지한 글이었습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애드센스 #0

맞춤검색

애드센스 #2

ATTENTION!

정보공유라이선스

애드센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