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카드와 현대카드의 상이한 접근법 연구기록



티핑포인트는 어디인가?

그 동안 신용카드 업계에는 일대 파란이 있었고, 그 와중에 여신금융업계의 희대의 돈지랄이 있었으며, 그 결과가 어떤 형태로든 구현되고 있는 시점에서, BC카드와 현대카드는 서로 상이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접근하는 문제는 과장 좀 보태서 카드사의 오랜 숙원인 VANless를 어떻게 이를 것인가 하는 것이죠.

BC카드는 자기네가 매입대행 업무를 해서 밴사의 영역을 잠식하겠다고 들고 있고, 현대카드는 그냥 "니들이랑 안 놀아"를 시전했습니다. 그 사이에는 KDI가 던져놓은 화두인 공공밴이 있고, 그 아이디어를 내놓게 만든 밴수수료 어쩌고 연구용역이 있습니다.

사실 비씨카드는 신용카드를 발급하지 않고, 회원은행 및 여타 카드사에 대한 매입업무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가게에 가서 몇몇 은행카드를 긁으면 BC가 가게에 돈을 선납해 준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게 잘 안되는게, 카드를 뽑아준 회사(카드사)가 그 가게에 돈 선납하고 회원에게 청구하는 과정을 다 한다는 거죠. 웬만하면 자기가 하지 남 안준다는게 카드사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이걸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귀찮은 작업을 쌈마이로 해 주는 회사가 있는데 그게 요즘 시끄러운 밴사입니다.

요 몇달간 카드사는 골때리는 상황에 있었습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일단 죽이겠다던 그 분 이후로 경기가 꼬이니까 연체율은 늘어나는데 카드채 만기일은 다가오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발급된 신용카드들의 만기일도 다가오는 그야말로 그랜드크로스였던 거죠. 하지만 포퓰리즘 정권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중소상인을 살리(는 시늉을 해서 표를 얻)겠다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확 내려버립니다. (우파정부가 이런걸 할수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우리나라 금융위는 신용카드 회사 영업사원의 핵심성과지표도 주무르는 곳이고 공무원은 원래 영혼을 냉장고에 넣고 출근하는 사람들이며,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우파인연 하는 정치인들에게는 그저 마케팅용일 뿐이라고 답하겠습니다.)

안 그래도 영업이익률이 10%에 근접하게 내려가서 죽을 지경인데(뭐, 이 새끼야?), 정부까지 괴롭히니 어쩝니까. 갑질해야죠. 그래서 수십억 들여서 KDI(왜 거기에...)에 컨설팅 맡기고 PwC가 컨소시엄으로 들어온 밴수수료 개편안 어쩌고 연구용역이라고 뉴스에 나오던 그겁니다. (그런데 KDI가 먹튀...orz)

여하간 이거 이후로 공동대응으로는 답이 없다는걸 깨달은 카드사는 각개약진을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니 각 회사의 사정이 행보에 물씬물씬 묻어 나오는 거죠.

예를들어 비씨카드는 매입사가 되는게 꿈인 회사입니다. 카드사들이 "밴수수료 비싸요 흐규흐규" 하고 있으면 다가가서 "나님이 더 싸게 해 줌." 이러는게 일인거죠. 그걸 하려고 가게를 트려고 하는데 기존 가게들은 대형몰부터 구멍가게까지 죄다 밴사들이 틀어쥐고 있는 겁니다. 이걸 뚫어보겠다고 하는게 전통시장 단말기 보급 같은 초초초 니치마켓 진입이었고, 여신금융법이 억누르는 밴시장 진출을 우회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짱구를 굴린 최신 버전이 어젠가 오늘인가 나온 "중소규모 가게 신용카드 매입 쌈마이로 해줌" 선언이었습니다.

반면에 현대카드는 발급사입니다. 그것도 하이엔드 니치마켓에 들어가서는 매출주고 ROS를 깎겠다고 선언한 회사입니다. 점유율 높으면 수익성 떨어진다고 점유율 낮추는게 경영목표라고 말하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 데에요. 이 회사 입장에서 보면 신용카드 매입업무, 그거 비용입니다. 특히 몇 푼 되지도 않는 거래금액 안 깨먹겠다고 일일히 증거랑 맞춰보고 이러는거 그거 저부가가치의 노가다인거죠. 차라리 검증 안하고 보험 들었다가 사고나면 그거 타먹는게 편합니다.

이 차이가 카드사 초미의 관심사이자 오기가 있어서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밴리스 카드결제 환경의 구축을 향한 양사의 장쾌한 첫 걸음의 상이함을 낳았습니다. 여기서 관심을 가져야 할 지점은 그래서 무엇이 산업표준이 될 것인가 입니다.

비씨에 이 카드가 우리카드가 맞는지 확인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돈주고 사고난거 메우고 하는 전반을 죄다 맡겨버리고 사용자 서비스에만 전념하는 길을 택해서 선진국형(...) 4당사자 체제로 가는 길이 그 하나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아 귀찮으니까 쌈마이 거래는 정산 안하고 걍 돈 주겠음을 선언하고 속 편하게 보험 하나 드는 길이 있지요.

일단 선구적 모험가들은 길을 떠났고, 뒤에 남은 자들은 그들의 지뢰밭 개척을 지켜보는 중입니다.(그에 앞서 국민카드가 발 한번 딛었다가 지뢰밟고 날아간건 안 비밀) 일단 터질 지뢰가 다 터지고 나면 지켜보던 자들도 우르르 달려나가 수익을 거머쥐려 할 겁니다. 그 때 어떤 길로 많이 갈지, 그리고 그 둘 중 하나가 대세가 되는 시점은 언제일지를 지켜봅시다.

참 많은 이슈가 녹아있습니다. 산업의 규칙(industry norm)을 바꾸기 위해서 정당성(legitimacy)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이슈(비씨는 정부정책쪽에서, 현대는 시장에서 그것을 찾고 있습니다.), 그 정당성을 지키거나 빼앗기 위해서 카드사와 밴사가 싸우는 방법, 규제산업에서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동형화(isomorphism)과 그로 인한 변화의 임계점(tipping point), 이 모든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높은 수익성을 만들어가는 자원의 이질성(resource heterogeneity). 이런걸 못 보고 지나치면 비즈니스 환경이 얼마나 건조하고 삭막하고 심심하겠습니까?

이게 재미없으면 모바일 결제를 둘러싼 생태계 구축 과정을 지켜보시면서 기록해 나가시던가요. 그것도 좋은 사례연구 감이 될 겁니다. 물론 앞으로 2~3년은 열심히 관찰일기를 써야 하겠지만요.




덧글

  • deure 2013/08/28 01:36 #

    글을 상당히 재밌게 쓰시네요. 덕분에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첫번째 펭귄은 마땅히 용감해야겠죠 (비록 피는 좀 보겠지만요 ㅋㅋ)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애드센스 #0

맞춤검색

애드센스 #2

ATTENTION!

정보공유라이선스

애드센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