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 비즈니스 시대에 신용카드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연구기록



문제는 수수료야!

한 5년쯤 전에 기업가의 길을 가는 대학 후배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에서 광고해서 오프라인에서 파는 형태로 온-오프라인간의 컨버전스가 이루어지지만, 곧 오프라인에서 광고해서 온라인에서 파는게 대세가 될 거야."

사실 이 때만 해도 관심사가 광고에 있었던지라 O2O(Online to Offline)같은 비즈니스 같은건 있는지도 몰랐지요. 오히려 저 말은 그 당시 유행하던 QR코드니 하는 류의, 사용자를 온라인 정보에 연결시켜 주기 위한 오프라인 상의 수단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몇 년 지나지 않아서 배달앱이 튀어나오고, 이런저런 주변사업들과 결합되어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고, 사회적 물의도 일으키고(응??), 급기야는 메이저 커머스 업체까지 뛰어들면서 이 O2O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용어가 되어버렸습니다. LG, KT 등 CEO 리포트 좀 쓴다는 연구기관에서도 한 번씩 언급하고, 이 시장이 얼마 규모이니 하는 허풍도 나오고 하다 보니까 이거 모르면 안되는 상황이 온거죠.

이게 이렇게까지 대박이 날줄은...


그런데 이 시장이 온갖 리포트와 그 리포트를 옮기는 신문기사들의 호들갑 만큼이나 크게 성장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이 좀 갈립니다. 현재 확립된 O2O 사업모델은 양면시장의 형태를 가져가는데, 시장의 한쪽 면인 구매자는 좋다고 쓸진 모르겠으나, 반대쪽 면인 판매자는 이게 좋은게 아니거든요. 배달앱을 보더라도 상인들은 마지못해 쓰기는 합니다만, 그 비용을 다 물면서 쓰고싶지는 않다는게 대부분의 입장이지 않습니까요.

이 상황에서 비용부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판매자의 비용은 어떠한 형태로든 구매자에게 전가가 될 것이고, 구매자가 이러한 비용전가를 회피하려고 한다면 결국은 이 두 가지 중 하나로 결말이 날 것입니다. 플랫폼 안에서 거래가 일어나지 않게 되거나 거래는 일어나지만 플랫폼 이용료는 지불하지 않으려 하거나. 배달앱을 가지고 사례를 얘기하자면 이런 겁니다. 앱에서 치킨을 시켰더니 치킨집 사장님이 전화해서 앱 상에서 결제한걸 취소하고 배달 가면 새로 결제해 달라고 하더라는 거.

비즈니스 모델은 계속 발전을 하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몇 가지 나오고 있기는 합니다. 일단 대량주문 건만 취급함으로써 플랫폼 이용료 자체를 분산시키는 방안이 하나가 있고, 배달이 안되는 품목을 취급함으로써 판매자 편익(매출증대)이 비용을 상회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고, 앞의 두 가지에 부대하여 배달업무 자체를 대행해 줌으로써 판매자의 다른 비용을 절감해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렇게 길을 만들어 가는 기업가들을 보면 참 존경스럽습니다. (논외로 하긴 했지만 구매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걸로 충분하지가 못하다는 겁니다. 대량주문이나 배달불가 품목의 취급만 가지고 mass market으로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배달 프로세스 전체를 대행한다 하더라도 mass market에 진입하기에는 최소(최대가 아니라) 5%에 달하는 거래수수료 구조로는 도저히 사이즈가 안 나오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거래비용 자체를 줄어주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라는 거죠.

그러면 비용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냐 하면 그것도 그렇지가 못합니다. 기본적으로 온라인 결제는 PG사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PG 수수료가 기본적으로 3% 수준에 달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대략 2% 정도의 신용카드 수수료가 포함이 되니까 판매자 입장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결제와 관련된 비용입니다. 여기에 O2O시스템의 기본 운영비 등이 더해지면(상세 내역은 생략하겠습니다.) 거래비용은 5~15%까지 치솓게 됩니다. 음식점 음식의 기본 마진률이 한 12% 된다던가요?

이런 허들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O2O 시장은(물론 급성장은 하겠지만) 이야기 되는 정도의 어마어마한 규모까지는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그 허들은 O2O 시장의 개척자들이 혼자서 치워버릴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닙니다. 슘페터 식으로 말하자면 혁신의 주변부에서 동반혁신이 일어나 줘야 하는 상황인거죠.

세상은 니 발명품만 가지고 혁신이 되는게 아님 ㅋ(by 슘페터)


이게 뭔 소리냐면, 지급결제 수단에 있어서 거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있는 발명이 나오거나 그러한 기능을 하는 기존의 발명품이 시장에 통용이 되어야 한다 이겁니다. 간단히 말해서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결제수단이 나와 줘야 한다는 얘깁니다. 기본적으로 수수료를 적게 떼고, PG 등의 중개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온라인 결제가 가능하며, 모든 거래 당사자들이 접근하는데 무리가 없는 지급결제 수단 말입니다.

현재의 온라인 지급결제 수단의 원천인 신용카드를 중심으로 하는 거래구조 상에서는 저 5~15%의 거래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굳이 하나 찾자면 신용카드사가 중심이 되는 수직적 결합인데(여전법상 카드사도 PG업을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신용카드사가 큰 것반 8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그런 구조는 다른 의미의 거래비용을 증대시키는데다, 카드사 스스로도 마진을 줄여야 하는 모델이 되는지라 적용이 난망하지요.

그래서 그런 수단이 전혀 없느냐 하면 그게 또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유로화인지 달러화인지가 폭락하던 시국에서 반짝 관심을 끌었던 비트코인이라던가, 비트코인이 주목받으면서 같이 인기를 잠시 누렸던 기타 가상화폐라는 녀석들이 있었으니까요. 또 이게 아니더라도 통신사들이 소액결제 형태로 신용을 제공하는 모델도 이미 통용되고 있기도 합니다.(이건 수수료 구조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서도...)

요컨대 O2O 시장이 크려면 말입니다,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결제수단이 부각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라 이겁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요즘 O2O 시장에 뛰어든다는 국내 업체들을 보면요..

통신사가 있어요!


통신사가 끼어 있습니다. 통신사업자들이 지급결제 분야로 들어오려고 얼마나 노력을 많이 해 왔습니까? 카드사도 인수해 가면서 말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커머스 업체들이 끼어 있습니다. 이미 포인트니 뭐니 하면서 내부용 가상화폐를 돌려 본 경험이 있는데다 플랫폼 안에 수 많은 사업자들을 넣어둠으로써 가상화폐가 통용되는 시장까지 갖춘 대형 커머스 업체 말입니다.

또 다른 한 쪽에는 아예 은행이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캐시넛이라는 가상화폐를 출시하고 온/오프라인 상의 소액거래에 통용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습니다.(지금은 뭐.. 그냥 버린자식 취급 같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세상은 모르는 거죠. KT가 와이파이로 뜰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습니까, 네스팟 스윙 말아먹을 적에?)

한 마디로 말해서 신용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저렴한 거래중개 수단이 시장의 한 구석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시장의 다른 한 구석에서는 O2O라는 또 다른 혁신이 거래비용을 낮출 수단을 기다리고 있지요. 둘이 선으로 이어지면 그제서야 슘페터가 말한 동반혁신이 일어나는 겁니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 때에 신용카드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O2O라는 플랫폼을 통해 대체적인 거래수단이 오프라인으로 나올 때, 은행과 통신의 연합 또는 각개약진으로 가상화폐가 자체 플랫폼 바깥으로 나와 플랫폼 간의 거래를 매개할 때, 신용카드의 영역은 어디까지 축소될 것이며, 그 충격은 각 카드사에 어느 수준까지 던져질까요? 이거야말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만한 대상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한 분은 돌아가셨지만..
애플과 구글, 그리고 아마존은 어떻게 이 시장을 보고 있을까요? 또 어떻게 움직일까요?






덧 1.

오랜만에 긴 글을 쓰려니 좀처럼 써지지가 않는군요. 글쓰기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덧 2.

비트코인? 사회/정치 없는 순수한 경제를 구현한 통화라고 떠들어 댔지만, 그것도 결국 정치적 결정(양적완화)의 그림자에 불과했던거 아닌가? 자유시장이니 뭐니 하지만 말이야..

애초에 그 "시장"이라는 "제도"는 누가 만들었게? (by 장하준)





참고

[1] 모바일 페이먼트 시장을 넘보는 그대들에게 묻습니다. by 명랑이
[2] 신용카드 가맹점 200만곳 수수료 내린다 @ 중앙일보
[3]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이론 오용말라" @ 프레시안
[4] 온오프 경계가 사라진다, 'O2O' 품은 모바일앱 @ 머니투데이
[5] 다음카카오 vs 네이버 : 모바일 'O2O 비즈니스'로 한판 붙는다 @ 허핑턴포스트
[6] 네이버·다음카카오·SKT 등 ICT강자들, 내년 'O2O' 시장 격돌 @ 아시아경제
[7] SK플래닛-이랜드, O2O 시장 공략 '맞손' @ ZD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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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Alias 2014/12/28 18:50 #

    mess market 이라는 표현은 없습니다.

    틈새시장이 아닌 주류시장을 뜻하는 의미라면 mass market 이라고 써야 맞을 겁니다.
  • 명랑이 2014/12/28 18:52 #

    그렇군요. 아오.. 영어.. ㅠㅠ
  • 2014/12/29 10:0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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